2016년 3월 14일 월요일

[Random Thought] 투자에 관하여 : 같으나 같지 않다, 두 번째


[Written by DY]

안녕하세요

집필진 중 한 명인 DY 입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짬짬이 쓰다 보니 포스팅 하나 하나 올리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리네요. 더불어 저의 게으름과 부족한 글쓰기 능력도 이에 한 몫 하는 듯 합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저의 투자 의사 결정 과정, 매매 방식과 원칙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그것을 실제 투자에서 이행하느냐 못하느냐가 핵심이며, 그 내용은 이미 알려진 보편적인 것들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제가 어떤 생각에서 그러한 매매 방식, 원칙을 지향하는지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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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수많은 매매 기법들이 공개되어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정답이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시장국면에 따라 최적의 매매 기법이 있겠지만, 그 국면이란 것을 완벽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어떤 매매 기법을 사용한들 무슨 상관일까요. 그래서 저는 매매 기법을 짜는데 있어 앞 단의 시장 판단이 틀렸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 한 번의 판단과 투자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해도, 판단이 틀렸을 경우, 혹은 최초의 옳은 판단에도 불구 변수가 생겼을 경우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이것이 여러 번의 의사 결정이 누적되는 장기 수익률 제고에 더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관련하여 투자 대가들의 첫 번째 원칙이기도 한 절대 돈 잃지 마라는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할 금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돈을 잃고 싶어서 잃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큰 손실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손실은 5.3% 수익으로 커버 가능하지만, 50% 손실은 100% 수익을 올려야만 커버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큰 손실을 한 번 입게 되면 그것을 회복하기 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소모되며, 그것은 장기 수익률 관점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은 너무나도 많이 언급되는 손절매(Loss Cut) 입니다.

그러나 손절매가 그리 쉽다면, 수많은 투자자들이 깡통을 차지 않았을 겁니다. 개인적 경험을 통해 유추해보면, 손절매에 실패했던 많은 경우는 대게 (1) 포지션 반대 방향으로의 급격한 가격 변화와 뒤이은 공황 상태,(저는 공황 상태에 빠지면 팔아야하나, 말아야하나가 아니라, 그저 시계추처럼 팔아야하나, 말아야하나만 의미없이 머리 속에 맴돌더군요. 따라서 매매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혹은 (2) 반등(반락)이 나올 듯 나올 듯 서서히 흘러 내리는(올라가는) 희망 고문 장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손절매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공황 시에도 깊은 고민 없이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함과, 희망 고문 속에도 포지션을 접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 설득력을 가진 원칙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초 포지션 진입 시부터 가급적 (1) 예상 기간, (2) 예상 수익, (3)예상 시장 레인지(±%)를 미리 정하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사실 시장의 기간 레인지를 가늠하는 것은 방향성을 판단하는 것만큼이나 불확실한 일이지만, 저에게 있어 방향성 예측만큼이나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롱 포지션을 가정하면, 예상 수익률은 예상 시장 레인지(±%)의 상단 부근이 됩니다. , 레인지 자체는 가능성의 범위이나, 그 레인지의 상단 쪽으로 가격이 변화할 것이라는 컨빅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그것이 실제 맞는지 틀리는지는 매매 원칙의 측면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매매 원칙에 있어 예상 레인지는 포지션 구축 후 손실 구간 진입 시, 현재 손실이 레인지 상단(+%)에서 커버 가능한 손실 영역(-%)인지, 혹은 더 이상 손실 커버가 불가능한 영역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합니다. 현 수준에서는 나의 판단(변동폭 상단의 예상 수익)이 맞는다 하여도 포지션을 수익으로 마무리할 수 없고, 판단이 틀릴 경우는 당연히 손실 영역이 되기에, 후자로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손절매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매 순간 제로베이스에서 현재 포지션을 판단해야 하지만, 실제 포지션을 갖게 되면 반드시 심리적인 편향이 생기게 되므로 저는 가급적 손절매에 한해 최초의 판단을 기준점으로 잡습니다. 반대로 수익 시, 수익 포지션은 가급적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며, 항상 제로 베이스에서 목표 레벨(예상 수익,&레인지)을 새로이 판단하고자 합니다.(수익 포지션 보유 시 긍정적 자기 강화로 인해, 스스로의 판단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든 최선은 애초에 손절매를 할 상황에 처하지 않는 입니다. 그 손절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매매 방식이 바로 분할 매수()입니다. 이러한 분할 매수는 포지션 진입 초기, 시장이 예상 경로를 따르지 않을 시에도, 스스로를 심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완충 지대를 제공합니다. 분할 매수 시에는 시장 방향성(예상 수익)에 대한 확신에 따라 예상 시장 레인지 안에서 그 매수 시점과 규모를 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 시장의 레인지가 다소 넓을 것으로 예상하며, 그 넓은 범위 안에서 결국 상당한 상방 방향성을 띌 것이라는 높은 확신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럴 경우, 가급적 예상 레인지 하단으로 갈수록 매입 규모를 늘려 평단을 낮추고, 레인지를 다소 이탈하더라도 낮은 평단을 통해 손절 레벨까지 버퍼를 둬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컨빅션이 낮은 경우는 예상 수익률과 예상 레인지 역시 좁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최초 진입 시에 포지션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 뒤, 좁은 가격 범위 안에서 나머지 포지션을 분할 매수하고, 시장이 지속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빠르게 손절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또한 저는 보통 역추세 진입을 선호하는 편인데, 진입 시에 진행되고 있는 추세의 강도에 따라 분할 매수 방식 역시 세부적으로 달리 합니다. 급격한 버블 국면을 제외하면, 상승 마무리 국면은 대게 가격 움직임이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하락 막바지 국면은 V자 반등과 같이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의 반등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하락의 공포 속에 심리가 더 급격히 쏠리고 소진되는, Risk-Averse 한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상승 추세에서의 분할 매도(숏)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분할 매도한다는 생각으로, 하락 추세에서의 분할 매수(롱)는 가격을 분할 매수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 상승 정체 국면에서의 분할 매도는 보다 긴 호흡 텀을 가지고 진행하는 반면, 하락 시에는 짧은 호흡이라도 충분한 추가 가격 하락이 있다면 빠르게 분할 매수 포지션을 쌓아가는 편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손절매와 분할 매수()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매매에 있어 심리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손실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컨빅션이 낮고 예상에 부합하지 않는 포지션은 가급적 빨리 청산, 컨빅션이 높고 예상에 부합하는 포지션은 지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잠재적인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매매를 하는 데 있어서 거치는 중요한 과정은 바로 시장 흐름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말한 포지션 진입 시의 (1) 예상 기간, (2) 예상 수익, (3)예상 시장 레인지를 그리는 것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작업입니다. 다만 그 예상 레인지와 기간 안에서 시장이 예상 수익을 향해 어떠한 방식으로 나아갈지를 그려보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그리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제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을 위해서입니다.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든 단순히 상승 혹은 하락의 결론을 내고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좀처럼 최초의 결정을 뒤집기 쉽지 않고, 그 근거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판단 역시 쉽지 않습니다. 본인의 포지션에 대한 애착과 특정 정보가 시장에 갖는 함의의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 가격 흐름이나 센티멘트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은 본인의 판단이 얼만큼이든 반드시 틀린다는 생각을 전제로 합니다. 상승/하락처럼 이분법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통해 스스로의 전망을 검증하다 보면 절대 100% 맞는 전망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실제 실현되는 시장 흐름에 따라 본인의 시나리오와 끊임없이 비교 검증, 수정 작업을 거칠 수 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손실의 가능성을 낮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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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매 기법은 본인의 투자 스타일, 그리고 투자 시의 감정 변화 등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기에 실제 매매를 해보면서 경험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무엇이 투자 대상이며, 그것의 가격 움직임 특성은 어떤가에 따라서도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단순한 주가 지수 선물과 VIX 선물, 채권 선물의 가격 움직임은 각기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지요. 결국에는 또 정답이 없다가 결론인가요. 그래도 한가지, 매매 기법은 수익률 제고 보다는 손실 제한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틀리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결국은 수익률 제고와 다름이 아닐 것이구요.

예전에 한동안 고민했던 문제가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무작위 방향성 판단과 최고의 매매 기법을 동시에 가진 트레이더는 과연 시장에서 돈을 벌까 잃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확신은 못하겠습니다만, 벌 것 같다는 심정적 추정은 합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매매 기법과 원칙 등을 중요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본인의 의사결정이나 매매 행태, 판단에 대한 반성과 고민은 반드시 뼈아픈 손실의 고통 속에서만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수익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절박하게 고민하는 자세일 것입니다만, 스스로도 그렇지 못한 점을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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