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9일 금요일

[Random Thought] 투자에 관하여 : 같으나 같지 않다, 첫 번째

[Written by DY]
안녕하세요
집필진 중 하나인 DY 입니다.
오늘은 블로그에 쓰는 첫 글이다 보니 조금은 가벼운, 그러나 중요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바로 시장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저의 관점과 방법, 투자 원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조금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두 번에 걸쳐 나누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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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장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고 믿습니다. 본인의 투자 기간, 판단 요소, 목표와 제약 조건, 철학, 관심사 등에 따라, 사람들은 같은 시장에서 투자하지만 절대 같은 시장을 보는 것도, 어쩌면 같은 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단지, 본인이 시장을 이해하는 방식과 그 이해 속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무언가를 포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잃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저의 관점과 원칙을 포스팅하는 이유는 앞으로 제가 공유할 이런 저런 생각과 배경에 대한 사전 이해를 구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스스로 다시 한번 되짚어보기 위함입니다.
사실 저는 꽤나 어렸을 때부터 투자(투기, 도박 혹은 그 무엇)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시장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고, 직접 돈을 들고 시장에 뛰어든 건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였습니다. 당시는 금융위기 이전의 대세 상승장으로 어느 종목에 투자해도 참 돈을 벌기 쉬운 때였고, 그렇게 첫 몇 번의 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전 재산을 한번에 투자한 마지막 종목이 상장 폐지 심사로 거래 정지에 들어가, 3 수험 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작은 행운(?)도 있었습니다. 대학 입학 후 그 종목은 거래 정지가 풀려 주가가 몇 배나 폭등했고, 금융위기 전 해당 주식을 처분해 모두 여행 자금으로 탕진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래저래 정말 행운의 연속이었습니다.
 
[KOSPI 영욕의 역사 2004.01-2009.03]
 
그렇게 떨어질 줄 모르던 상승장과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시장 붕괴를 목도했고,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종목이 한 순간에 거래 정지 당하고, 몇 년 뒤 몇 배씩 폭등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시장과 그 안의 사람들이 정말 정상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세상 역시 이성적으로 돌아가지는 않지만, 시장은 그보다 더 한 요지경이었던 것이죠.
사실 시장에서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비이성적으로 높은 벨류에이션이 사후 실적을 통해 정당화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오직 지나고 나서야만 결과론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그냥 그 비정상의 상태를 심리라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투자를 개시한 첫 몇 년간의 비정상적 경험을 통해 저는 펀더멘탈밸류에이션같은 합리성의 관점보다, 심리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날을 보면 심리적으로 지지되고 있는 시장에서는 어떠한 악재도 이야기되지 않거니와 악재가 제기되더라도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대로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시장에서는 움직이는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악재를 발굴해내기도 하며, 작은 악재가 침소봉대되어 시장을 더 빠르게 추락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큰 그림에서의 시장 움직임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은 심리와 펀더멘털 사이의 상호 작용이겠지요. 그러나 심리와 펀더멘털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며 형성되는 중장기 추세와 달리, 단기(1년 미만)로 갈수록 그 때 그 때를 지배하는 시장 심리가 재료(펀더멘털)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저의 기본 생각입니다. 중장기로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심리 국면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대형 변수의 발생 확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반면, 단기로 갈수록 그러한 돌발 변수를 고려 요인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기로 시야를 좁혀 갈 수록 그 심리 싸이클의 수명과 진폭 역시 짧고 작으며, 또한 취약해지는 것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인 동전의 양면이겠지요.(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장기 투자자들 역시 그러한 돌발 변수를 보다 긴 시간 속에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투자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적당한 심리의 싸이클을 판별해내는 것이 저의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심리에서 출발해, 현재 시장이 재료로 삼은 주요 요인들, 그것이 심리와 상호 작용해 나타나는 가격 움직임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저의 투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 시장의 심리 국면 정의나 특정 심리로 편향된 시장의 재료 해석, 주요 재료의 심리 파급력과 같은 측면에서 주로 생각합니다. 개별 재료 자체에 대한 분석과 전망, 시장 밸류에이션, 펀더멘털 분석 등은 보조적으로만 활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중장기적 분석이 쉽지 않으며, 변수가 많고 참여자층이 얇은 개별 종목 투자 역시 불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주식 인덱스나 금리, 커머디티와 같은 매크로 자산을 대상으로,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6개월 내외의 포지션 플레이를 주로 합니다. 그러고 보면 본인의 관점과 스타일에 따라 올바른 투자 기간, 대상 자산을 설정하는 것이 투자 성패를 가르는 첫 관문인 것 같습니다.
앞서 심리라고 표현은 했지만, 바꾸어 말해 리스크에 대한 에피타이트(Appetite)’가 단기적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며, 그 변화를 판단하는 것이 제가 하고자 하는 투자의 본질입니다. 그를 뒤따르는 모든 후속 판단과 의사 결정, 매매 방식과 원칙 등은 기본적으로 이를 근간으로 파생된 것들로, ‘리스크 에피타이트(Appetite)’에 대한 저의 판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포스팅 할 두 번 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1개:

  1. Being tail on a normal distribution, we should think beyond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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